빛과 선으로 물들다, 건원재(乾圓齋)

주택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빛과 어우러져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이곳의 당호는 둥근 하늘이 있는 집이란 뜻의 건원재.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키워온 로망을 실현시켜준 집이다.

↑ 필로티 구조를 통해 1층은 건축주를 위한 장소로, 2층은 주거공간으로 계획하였다.

↑ 1층에 세워둔 건축주의 빈티지한 클래식 자동차

↑ 집의 배경이 되는 소나무의 모습을 형상화한 외관이 멋스럽다.

작년 이맘때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집을 짓고 싶어 연락했다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길지 않은 통화였지만, 수화기 너머 목소리를 통해 집에 대한 열망과 집을 짓고자 하는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몇 차례 통화는 계속 되었고, 그의 취향에 맞을 법한 건축가를 소개시켜준 후 기자의 임무는 끝이 났다.

그렇게 1여년이 지난여름의 끝자락, 건축가로부터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덕분에 시작한 작업이 준공되었습니다. 당호는 건원재입니다. 동그란 하늘이 있는 집. 구경하세요.”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충남 공주의 조용한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앞에는 논밭이 펼쳐진 대지 위, 멀리서도 눈에 띄는 건원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주택의 정면

↑ 거실층 평면도

↑ 다락층 평면도

11년 전부터 본지를 정기구독하며 집짓기에 대한 로망을 키워왔다는 건축주는 ‘매일 매일이 새로운 집’이라고 이곳을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빛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는 공간들이 매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책을 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죠. 그중 한 집이 바로 ‘문추헌(본지 2013년 8월호 게재)’이었어요.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가 내 집을 지어준다면, 오랜 꿈을 향해 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그의 바람을 함께 해줄 건축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짓기는 시작되었다. 건축가가 처음 본, 집이 들어설 대지는 이미 배경의 소나무를 베어내고 경사면은 절성토하여 평지로 조성한 후였다. 대지조건이 명확했기 때문에 설계 또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 현관 앞에도 작은 벤치를 두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 자작나무로 마감한 거실. 큰 창을 통해 풍부한 채광이 들어온다.

↑ 거실과 방을 연결하는 현관 내부

↑ 중정이 바라다 보이는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는 안방

↑ 건축주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던 다락 공간은 아늑함이 느껴진다.

건축가는 작고 오래된 빈티지 자동차에 관심 많은 건축주를 위해 1층 외부공간은 자동차 전시공간이자 그의 취미공간으로 배려하였다. 또한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외장재 선택에서부터 시공까지 꼼꼼하게 관여했고, 내부 역시 심플하지만 세심하게 설계했다. 이곳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은 바로 중정. 건축가는 건축주 부부를 위해 누구도 갖지 않은 그들만의 ‘하늘’을 선물했다. 동그란 하늘은 거실의 유리창과 중정 바닥의 물에 반사되어 매 순간 다른 모습을 연출하며 집을 완성한다.

입주한 지 3개월째, 남편의 꿈으로 시작된 집짓기가 이제 아내와 함께 또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갈 첫걸음이 되었다. 하루하루 이곳에서 삶이 부부에게는 바로 행복의 시작이다.

↑ 안방은 주방을 오가는 아내의 동선을 배려하여 배치되었다.

↑ 이 집의 가장 주된 공간인 중정.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앉아 있는 건축주 부부와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 서현. 복도에 걸린 그림은 강혜련 작가의 ‘그리움’이다.


INTERVIEW_ 건축가 서현(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설계의 시작은?

작년에 준공한 문추헌을 직접 방문한 건축주가 건물이 마음에 든다며 의뢰를 해온 주택이다. 이미 대지는 절성토가 마무리된 땅이어서 대지조건은 명료했다. 대개의 전원주택은 주택과 함께 창고와 차고가 함께 배치되어야 한다는 점이 처음부터 고려되었다. 그래서 주택, 창고, 차고가 수직으로 쌓인 공간 조직이 마련되었다.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풀어냈는가?

건축주는 아주 작은 차를 4대 갖고 있다. 직접 요구된 사항은 아니지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였다. 이 차들을 차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고 전시된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 설계의 착안점이었다. 다락이 있되 집은 작았으면 좋겠다는 것 외에 특별한 요구사항은 없었다. 그래서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건축주를 알아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시공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건축주가 설계에 만족했으므로 별 어려움이 없이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2층 중정에 빛이 들어오는 상태와 바닥에 고려한 얕은 물에 건축주는 큰 매력을 느꼈다. 건축주가 이미 지역의 시공사를 선정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시공사에 맞는 방향으로 실시설계를 조정해나갔다. 이런 종류의 집을 시공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터라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고 설계의 조정도 있었으나 방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보다 예산이 가장 큰 변수였다. 우아한 외장은 요구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동일한 공사비여도 머리를 쓰면 더 좋은 건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었다. 비싼 합판의 거푸집으로 매끈한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은 일본풍이라는 생각에, 가장 저렴한 가격의 재생거푸집을 사용하였다. 다만 줄눈을 맞추는 것은 돈이 더 드는 것이 아니고 좀 더 꼼꼼하면 되는 사안이므로, 시공팀에 지속적으로 줄눈을 맞출 것을 요구하였다.

구조 및 외장재 선택 이유와 그에 따른 효과는?

1층은 콘크리트 노출이고, 2층은 경량목구조가 사용되었다.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건축가가 선택한 외장목재가 다소 단가가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고 시공팀이 다행히 적당한 수준의 외장재를 발견하여 이를 수용하게 되었다. 다만 배경의 소나무를 베어내고 대지가 조성되었으므로, 잘려나간 소나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외벽에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고안하게 된 것이다.

내부에서 주목할 점은?

가장 저렴한 공사비를 목표로 한 외장과 달리, 내부에는 예산을 좀 더 들여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거실부분에는 공간 전체에 자작나무합판을 노출시켰다.

출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0 replies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