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창을 열어 몸을 내밀면 앞집 마당은 내 집 정원이 된다. 창이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이 집은 양평 시인의 마을이란 이름과 어우러져 그 특별함이 배가된다.
↑ 붉은 기와와 덧창, 조각 같은 발코니로 외관이 아기자기하다.
남쪽으로 넓게 트인 언덕 위에 지어진 이 집은 마당의 잔디와 어우러져 동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2층 목조주택이다.
“예전 부모님 집은 강가에 있었어요. 창을 열면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경치가 펼쳐졌죠. 근데 봄여름만 되면 이름 모를 날벌레가 수없이 날아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강을 끼고 있지 않되 그에 버금가는 풍경을 가진 땅을 찾아 꼬박 1년을 돌아다녔어요.”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란 명소는 모두 찾아다닐 정도로 여행을 즐기는 가족은 전원주택 많기로 유명한 양평,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명당을 골랐다. ‘시인의 마을’이라는 애칭답게 산등성이와 골짜기마다 시적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해질 무렵, 발코니에 나오면 눈에 들어오는 산골짜기 풍경이 일품이에요. 자동차가 S자 곡선을 굽이굽이 내려오는 행렬조차 이곳에서 보면 그림이더라고요.”
부모님이 이런 좋은 조건을 안팎으로 누릴 수 있도록 아들 임인환 씨는 건축에 더욱 집중했다. 그는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의 오랜 생활로 그곳의 문화, 특히 주거와 전원 문화에서 배어나오는 여유와 넉넉함 그리고 오래된 것을 가꾸며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를 보고 배웠다. 그가 가져오고 싶은 것은 외형뿐 아니라 나무와 점토, 석재와 같이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이용해 조각하고 다듬으며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그곳의 ‘문화’와 ‘정신’이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대지면적: 429.75㎡(130평)
건물규모: 2층
건축면적: 66.11㎡(20평)
연면적: 132.33㎡(40평) / 1층 66.11㎡(20평), 2층 66.11㎡(20평)
주차대수: 2대
최고높이: 8m
공법: 기초 – 줄기초, 매트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벽 – SPF 구조목( J grade 등급) / 지붕 – Hem-Fir 구조목
지붕재: 테릴 점토기와
단열재: 크나우프 에코배트
외벽마감재: 스터코 플렉스
창호재: 이태리 알파칸 창호
내벽재: 캐나다산 OSB 합판, 보랄 석고보드
바닥재: 원목마루
↑ 잔디마당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주택
↑ 2층은 부부만을 위한 공간으로 방과 욕실, 드레스룸, 세탁실을 완비하고 앤틱 가구를 이용해 고풍스럽게 디자인했다.
↑ 1층 거실에는 단열과 기밀이 좋은 시스템 삼중창호를 시공했다.
↑ ‘ㄱ’자 구조의 주방과 식당부. 식탁을 둔 부분은 필요하다면 방으로 변경할 수 있다.
↑ LJ Smith社의 계단 시스템을 시공해 내구성과 디자인, 품격을 모두 잡았다.
사실 많은 건축주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조합(Combination)’이다. 벽지와 바닥재의 컬러 매치부터 가구 간 조화, 조명의 크기와 조도, 방문의 종류와 색깔 등 집짓기 현장에는 피해갈 수 없는 고민들이 가득하다. 이 집에서는 건축주의 감각이 빚어낸 조화와 균형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규모에 욕심을 버려 면적을 줄였고, 기능을 분리해 1층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공용공간, 2층은 부부만을 위한 스위트룸으로 디자인했다.
1층은 아파트의 편리함을 담은 공용공간이다. 거실은 남쪽으로 창을 내되 마당과 소통하며 가족의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도록 코너창을 냈다. 창호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PVC프레임 3중창을 썼는데, 안팎으로 나무결 무늬가 새겨진 디자인이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은은한 옐로우 톤 벽지와 산뜻한 조명, 우아하지만 과하지 않은 샹들리에까지 모든 가구와 소품은 건축주가 발품을 팔아 수도권 전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고른 것들이다.
↑ 가구와 바닥재 모두 최고급 앤틱과 원목을 사용했으며 조명과 커튼도 건축주가 오랜기간 발품을 팔아 고른 것들로 꾸며졌다.
2층은 대개 1층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리라 예상하지만, 이 집은 계단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130년 역사를 지닌 미국의 LJ Smith社 제품으로 시공한 계단부터 격이 다르다. 2층은 따뜻한 분위기의 벽지와 몰딩으로 스위트룸 같은 분위기로 연출했다. 방과 욕실, 발코니 각 공간은 우아하게 마감된 복도로 연결되고, 각 공간의 마감재와 조명, 단차를 달리해 공간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더한다. 곳곳에 설치된 디자인 조명과 앤틱 손잡이는 집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발코니 디테일과 단조도 도안을 직접 찾아내 주문제작한 것이고, 가구 또한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앤틱이다.
인테리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공사 전 과정에서 건축주의 꼼꼼함은 두각을 드러냈다. 블로그 ‘동화독일(http://blog.naver.com/potcover)’의 작가로도 활동하며 주거 전반에 대해 짬짬이 학습한 것들이 온전히 그의 자산이 되었다. 목조주택 디자인에서부터 단열과 방수처리, 공기층 등 목조주택의 성능에 관한 사항들을 놓치지 않았고, 이는 현장 빌더들에게 칭찬을 들을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미끄러질까 염려되는 곳은 까슬까슬한 화강석이 시공되어 있고, 목재와 석재가 닿는 부분에 연석을 두는 꼼꼼함도 보인다. 물이 닿는 부분에도 방수처리를 철저히 한 뒤 고급 타일로 마감했다.
<INTERIOR SOURCES>
벽지: 수입벽지(프랑스산)
페인트: 아우로(독일산)
몰딩: 예가
주방 벽면 마감재: 대리석 타일
욕실 타일: 수입타일(스페인산, 이태리산)
수전 등 욕실기기: 콜러, 아메리칸 스탠다드
조명: 수입조명
바닥재: 프라두, 화이트 오크
주방기기: 한샘(이태리산)
현관문: 자체 제작
방문: 예다지, 도어락(호페, 독일산)
데크재: 방부목
계단재: LJ 스미스(미국산, www.ljsmith.net)
↑ 세탁실은 꼼꼼히 방수처리하고, 물이 닿지 않는 부분은 프랑스 수입 벽지로 마무리했다.
↑ 앤틱숍에서 발견한 가구와 조명. 불을 끄고 켜는 스위치가 독특하다.
↑ 디딤석으로 진입로를 설치해 동화 속으로 입장하는 느낌을 준다.
이 집에 사용한 모든 재료들은 패키지로 묶어 나오는 한 회사 제품이 아니라 건축주가 하나하나 고른 것들로 조합한 것이다. 같은 컬러라도 명도와 채도의 차이가 미묘해 모았을 때의 어울림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 “재료와 소품을 찾아내고 분위기에 맞게 현장에서 조합하는 일이 정말 즐거웠다”며 웃는 걸 보니 ‘능력자’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건축주다. 풍경에서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부모님의 노후를 생각한 집. 직접 지은 아들의 마음이 사는 이에게는 매순간 배려로 와 닿을 것이다.
이제 건축주는 자신의 안목과 실력을 믿어주는 이들의 진심 어린 응원을 등에 업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영종도에 지을 그의 두 번째 주택은 우리에게 또 어떤 감각을 선사할까? 오늘도 자재회사와 빌더들을 찾아 즐거운 발걸음을 옮길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출처 : 월간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