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웃긴 집,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에서 가장 웃긴 집, 이렇게 탄생했다
‘반쯤 미친 건축가’를 찾는 건축주
2006년,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 고기웅은 다니던 건축사무소를 나와 자기 사무소 고기웅사무소를 차려 독립한다. 자기 집이 새파란 건축가의 데뷔작이 되기를 바라는 건축주는 드문 법. 그래서 대부분 건축가의 첫 건축주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거나, 친구이거나 또는 아는 사람들이 다리를 놔준 이들이 되기 마련이다.
고기웅씨 역시 그랬다. 후배가 자기 지인을 소개해 데뷔작을 설계했다. 그런데 그 소개가 좀 묘했다. 어느 날 걸려온 후배의 전화 내용은 이랬다. “제 친척이 집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는데, 반쯤 ‘미친’ 건축가를 원한대요. 한번 만나 보실래요?”
물론 후배는 그가 ‘미친 건축가’여서 소개한 것은 아니었지만, 뭔지 몰라도 독특한 건축주임에는 분명했다. 고씨는 후배가 소개한 건축주를 만났다.
그 건축주는 예상 이상으로 독특한 이였다.
저희 집을 화장실 변기 모양으로 지어주세요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한가지였다. 집을 화장실 변기 모양으로 지어달라는 것. 왜 하필 화장실이었을까?
건축주는 대단한 유명인사였다. 민선 수원시장을 두차례 지낸 고 심재덕(1939~2009) 국회의원이었다. 심재덕 전 의원은 ‘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깨끗하고 멋진 화장실이 도시에서 중요하다고 여긴 그는 화장실 문화 운동에 모든 것을 바쳤다. 1999년 그는 한국화장실협회를 만들었고, 2007년에는 세계화장실협회를 만들어 자신이 초대 회장이 됐다. 그리고 자기 집도 화장실 모양으로 짓기로 결심한다. 주변에 건축가를 물색했고, 거기에 고기웅씨가 연결된 것이다.
정말 세상에 다시 없을 의뢰를 받은 고씨는 세계 각국의 변기 모양을 검색해보고 온갖 구상을 한 뒤 설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7년, 드디어 세상에 다시 없을 집이 완성됐다. 정말 변기 모양의 집이었다.

집 이름도 정말 화장실협회장다웠다. ‘해우재’. 변소를 ‘근심을 푸는 곳’이란 운치 있는 이름 ‘해우소’로 불렀던 전통 명칭에서 따왔다. 집은 변기모양처럼 곡선이 넘쳤고, 변기처럼 하얬다.

디자인의 압권은 지붕 위. 정확히 변기 모양이 적용되었고, 엉덩이 받침 모양 가운데는 옥상 정원으로 꾸몄다. 그러나 이 집의 진정 독특한 점은 내부에 있다. 먼저, 내부를 보자.

넓은 전면 유리로 시공되어 냉난방엔 엄청난 약점이 있지만 이렇게 조명이 들어오면 집은 무척 멋져진다.

1층은 이렇고, 2층은 아래와 같다.

집 내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역시 화장실. 화장실 모양 집이니 집 안에서도 화장실이 무척 강조되어야 했다.
이 집이 독특하다고 한 것은 집 정 가운데에 화장실이 위치한 점이다. 1층 화장실.

화장실이 집의 중심에 오브제처럼 독립되어 자리 잡고 있다. 미스터 화장실의 집이자, 훗날 화장실 박물관으로 쓰일 것을 염두에 둔 설계였다. 물론, 저렇게 화장실을 중간에 두고 그 외피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감싸느라 시공비는 일반 화장실보다 훨씬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이렇게 화장실이 집 가운데에 다소곳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화장실 안이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최첨단 신기술을 숨겨놓은 것은 아니다. 그냥 하얗고 깨끗한, 가장 충실한 화장실이다.

이런 이상한 집을 지었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2007년 해우재는 문을 열었고, 해외토픽에 난리가 난다. 정말 희한한 집이었지만 어찌됐든 고기웅씨의 데뷔작은 그 목적에 최대한 충실한 건축물이었다.
그럼 해우재를 좀 더 살펴보자.


역시 이 집 최고의 포인트는 변기모양 옥상일 듯.

안방 창문 앞쪽을 경사진 녹지로 처리했다. 지금은 관리가 어려워 인조잔디가 깔렸다고 한다.
해우재를 짓고 1년여 년 뒤, 2009년 1월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전 의원은 세상을 떠난다. 그는 이 묘한 화장실집을 수원시에 기증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따라 대지 600평이 넘고 집 크기가 100평쯤 되는 20억원대의 해우재를 기증했다.
지금 이 건물은 화장실 문화전시관으로 쓰이며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화장실에 바친 화장실 건물은 한국 수원의 명물이 됐다. 건물 외관은 좀 바뀌어 옥상 난간 부분에는 만국기가 걸렸지만 내부는 거의 그대로다.
싱크대 상판으로 집을 지으면 안 될까?
저 해우재를 지을 때 고기웅 건축가가 고민했던 것이 있었다. 건물의 새하얀 외관을 인조대리석으로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인조대리석은 보통 싱크대 상판으로 쓴다. 간혹 건물 내부 치장에 쓰기도 한다. 그러나 외장재로 쓰는 법은 없었다. 인조대리석은 햇빛을 받으면 변색이 되는 약점이 있는데, 하얀색으로 하면 탈색이 되어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시도해 볼만은 했다. 그러나 시공 사례가 없었고, 외부에 노출되었을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한 자료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아이디어로만 그치고 만다.
그랬던 인조대리석을 최근 고씨는 실제 집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다. 바로 이 집이다.

이 집은 요즘 고급 단독주택들이 몰려드는 판교 단독주택 단지 안에 있는 집이다.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 경연장 같은 이 동네에서 단연 튀는 집이 됐다. 저 하얀 외벽이 인조대리석이다. 사진은 완공 직후인 지난해 하반기 모습.
이 집을 설계할 때 고씨는 건축주인 부부에게 외장재를 고르라고 세 가지 재료를 제시했다. 하나는 나무, 또 하나는 벽돌,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인조대리석이었다. 물론 인조대리석을 집어넣은 것은 고씨가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선택은 어디까지나 집에서 살게 될 건축주에게 맡기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건축주 부부는 인조대리석을 골랐다. 개성적이고 남들과 다른 집을 원해서였다. 그래서 예상 못 했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됐다. 국내 최초로 인조대리석을 외장재로 쓴 집이 탄생한 것이다.

인조대리석은 다른 재료보다 가공성이 좋다. 그래서 창문 부분이 부드럽게 곡선으로 돌출되고, 꼭대기 부분에 네모 구멍을 내는 등의 새로운 디자인 적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 집에서 진짜 매력적인 공간은 오히려 내부일 것이다. 건축주 가족들의 생활 패턴과 동선에 맞춰 층높이가 다른 집보다 더 다양하게 설계했고, 그래서 좀 더 입체적인 공간이 만들어졌다.

외부와 내부가 모두 새하얀 집이어서 해우재와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교해보시라.


이 집의 진짜 주인인 아이들 방.

방 안에 아이들이 좀 더 공간을 활용해 놀 수 있게 처리했다. 그리고 작은 미끄럼틀도.

이 판교 주택은 분명 호오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집이다. 너무 튄다, 저게 뭐냐는 의견과 신선하다, 재미있다는 반응이 극과 극이다. 물론 둘 다 진실이고, 둘 다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건축가는 늘 더 새롭고 더 좋은 방안이 없는지 고민하는 이들이다.
굳이 저렇게 새롭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맞다. 그렇지만, 늘 하던대로 무난하고 뻔한 것만 해야 할 것이냐는 문제도 남는다. 건축가라면, 그리고 젊은 건축가라면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조금이라도 진화한 건축을 하기 마련이다.

집이란 것은 다른 건축물과 달라 건축주 개인의 취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건축이다. 고씨의 두 작품 해우재와 판교주택은 건축주들의 의견이 디자인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 프로젝트들이다. 두 작품을 보는 여러분의 취향은 크게 엇갈리겠지만 분명 새로운 시도가 들어간 새로운 건축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둘 다 모두 재미있는 집이란 것도.
고기웅사무소의 다른 프로젝트들 구경하기
이제 서른일곱, 건축가로서 한창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인 고기웅사무소는 요즘 건축계에서 주목받는 곳이다. 아직까지 연륜이 짧아 이뤄진 프로젝트보다는 이뤄지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많지만 흥미롭고 독특한 것들이 많다. 고기웅씨가 해온 그동안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모아봤다.

서울 남산 케이블카 정류장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실현되지는 못했다. 건물을 산뜻하게 바꾸고 옥상을 카페로 하려는 구상.

지하 상수도관 등으로 쓰는 네모난 콘크리트 파이프를 확대해 유닛으로 활용하는 리조트 디자인 시안. 건축은, 지어진 것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도면상으로만 남는 ‘페이퍼 아키텍처’도 엄연한 건축이다.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는 온갖 제약과 현실적 요건으로 변형될 수밖에 없는 실제 지어진 건축물보다 오히려 자유롭게 상상한 가상의 건물에서 더 도드라진다. 한국의 차세대 젊은 건축가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계속 진화되고 현실화되어 우리의 삶터를 좀 더 재미있고 편리하게 꾸며주길 기대해본다.
글 / 구본준 기자, 사진 / 김용관 건축전문사진가/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3학기에 학사학위를 취득한 박원호 학생이 이야기 하는 학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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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황토집.!!
너무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황토집.!!
새 집을 짓고 입주할때 신축건물에서 나타나는 화학 냄새가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거나 새 건물을 짓고 입주할때
집 안에서 나는 냄새는 6개월에서 1년 동안 지속된다.
콘크리트에서 배출하는 가스나 페인트 벽지, 접착본드 등에서 발생하는 냄새이다.
하지만 흙집은 흙벽 자체가 자연소재이고 화학 제품을 쓰지않으므로 해서 냄새가
있다 하여도 흙벽이 냄새를 탈취하기 때문에 신축 건물이라 하여도
실외의 일교차는 여름철에는 2도에서 21도까지 변화하는데 흙집은 여름철에 3도이하,
겨울철에는 5도 이하로 기온 차가 작다. 외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일일 기온차가 작아 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항온효과가 있다.
몸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줌으로써 생체리듬을 안정화 시킨다.
창문을 닫은 상태로 담배를 피면 일반 주택에서는 연기가 자욱한데,
또한 단열재로 밀폐시키지 않기때문에 흙벽 미립자 사이로 공기가
청국장 등 음식을 할 때 나는 냄새 또한 일반 주택에서는 오래가는데 반하여,
흙집은 음식냄새만 조금 있을뿐 시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흙집에 입주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어컨을 처분한다,
여름에 건물을 지을 때 흙벽을 쌓은내부로 들어서면 서늘할 정도로 외부의
이는 처마와 흙벽이라는 조화가 만들어 낸 우리 건축물의 우수성이다.
마무리 무더운 여름날이라 하더라도 선풍기 하나면 여름을 날수 있다.
일반적인 흙집은 춥다. 목 구조 흙집은 목재와 흙벽 사이 틈이나 문틀.
창틀주변의 찬 공기를 느낄수 있는데 이 점을 보환하고 천정과 지붕 단열에
또한 황토로 마감한 바닥은 낭방 시 처음 예열 시간이 조금 길뿐 한번 데워진 방은
오래가고 쩔절 끓어 예전의 구들방에서 느끼던 찜질 효과를 볼수 있다.
일반적인 주택에서는 여름 장마철 집안이 눅눅하고 몸이 끈적이며
곰팡이가 핀다. 겨울철에는 건조하여 감기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흙집은 습기가 많으면 흡수하고, 건조하면 내 밷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에도 쾌적하고 겨울철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소음을 막아주고, 소리가 변조되지 않아 원음 그대로를 즐길수 있다.
주택은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소리를 발산할수 있어야 하고,
듣고 싶은 음악이나 소리를 잘 들을수 있어야 하며,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의변조나 굴곡이 없어 원래 소리 그대로를 느낄수 있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 할 때도 흙벽은 투과 손실율이 높아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문에 대에서만 주의를 하면 칸막이 벽의 방음 효과도 뛰어나다.
흙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숙면이다.
깊게 잠들수 있고, 한 번 잠이들면 깨지않고 아침까지 참들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
또한 술을 많이 마시고 잠들었을때도 흙집은 그 다음날 일어나면 머리가 맑고 가볍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숙취를 해소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나니 얼굴색도 좋아지고, 피부도 고와지게 된다.
일반주택은 실증을 금방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고쳤다,
때문에 조급하게 실증을 느끼기 보다는 마음이 여유로와 진다.
수명을 다하여 허물게 되면 현대건축소재 (천장단열재, 지붕재, 화장실 타일 등)이외의
목재나 흙벽돌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건축 폐 자재를 줄이는 친환경 건축이다.
콘크리트와 화학물질 덩어리들인 현대건축에 흙집은 자연을 보전하고 환원하는 이치를 깨우친다.
우리의 후손에게 대대손손 물려 물려줄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는 생태건축인 것이다.
우리의 후손에게 대대손손 물려줄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는 생태건축인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학생 주택 바구니의 아파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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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출처:덕산디자인 |
외국인의시각으로 설계한 한국형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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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형으로된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전원주택
박스형으로된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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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출처:프리덤과 나무 |
실내의 곡선美를 살린 부드러운 형태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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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곡선의 美를 살린 아주 독특한 형태의 주택 일명 “클로버하우스”
설계 Katsuhiro Miyamoto : weburbanist.com
출처 : 전원지기 |
소나무 숲 속에 소나무로 완성한 통나무집
소나무 숲 속에 소나무로 완성한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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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나무로 집을 짓고, 잔디 깔고 텃밭 일구며 살아야 살 만한 삶이라고 여겼다.
마침 얻은 집터가 소나무 숲 깊은 곳이었다.
사방이 소나무이니 집도 소나무로 짓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소나무 숲 속에 소나무 통나무집이 완성되었다.
강원도 속초와 고성이 경계를 이룬, 고성군 토성면.
죽 뻗은 도로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들어 달리길 5분여, 다시 길에서 벗어나 소나무 숲 속을 향해 난 좁은 길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심심산중에 있는 집이려니, 짐작하며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빽빽이 들어찬 소나무를 뚫고 지나가자 한순간 눈앞이 확 트인 터가 나왔다.
그리고 누런빛의 나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통나무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씨의 소나무 통나무집이다.
소나무 숲 속에 터를 닦다
정씨가 집짓기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다.
결혼을 앞둔 아들이 결혼 후에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큰 집이 필요해졌다.
아이들 시집ㆍ장가보내고 나면 두 내외가 오붓하게 살 요량으로 조그맣고 아담한 흙벽돌집을 지어서 살고 있었는데 계획이 틀어진 것.
기왕 새집을 짓는 거 좋은 터에 제대로, 마음에 흡족하게 짓고 싶었다. 멀리 이사갈 생각은 없었느니 원래 살던 속초를 중심으로 주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좋은 터가 나왔다고 해서 와봤는데 첫눈에 이곳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뒤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죠. 앞은 절벽이라 시야가 가릴 것 하나 없이 확 트여 있죠. 그리고 멀리 대청봉과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오죠.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어요.”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그곳으로 터를 정했다. 터를 정했으니 집을 지어야 할 차례였다. 처음에는 예전 집처럼 흙집을 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터를 얻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소나무 숲 속에 들어앉을 집이니 나무로 지어야 어울릴 것 같았다.
건축은 업체에 맡기지 않고 목수를 구해서 직접 짓기로 했다. 전문 업체에 일임하면 편하긴 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집, 나만을 위한 집은 얻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정씨의 목수 찾기가 시작됐다.
“집은 한두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잖아요. 평생을 살아야 하는데 제대로, 잘 지어야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을 만한 전문가를 구하는 일이에요. 특히 직접 집을 지을 생각이면 더더욱 그렇죠. 저도 좋은 목수를 찾기 위해 건축 관련 전시회는 다 다녀보고 인터넷에서 집짓기에 관한 카페나 블로그도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알게 된 사람이 이 집을 지어준 양 목수예요. 인터넷을 통해, 전화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보니 믿음이 가더라고요. 워낙 평판도 좋은 사람이었고요. 그래서 함께 일하기로 했죠.”
그렇게 정씨의 통나무집 짓기가 시작됐다.
통나무 100개로 완성한 집
집짓기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나무 선택이었다. 우리나라는 계절 변화가 심해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 나무가 팽창하고 겨울에는 건조해서 나무가 수축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그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나무를 선택해야 했다. 특히 가공하지 않은 통나무를 차례로 쌓아 만드는 통나무집은 일반 목조주택에 비해 나무가 변형될 가능성이 훨씬 커서 몇 배 더 신중해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벽체를 이룬 통나무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뒤틀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뒤틀림이 가장 적다는 북미 서부산 소나무를 사용하기로 했죠.”
벽체의 견고성을 높이는 데도 공을 들였다. 통나무 위에 통나무를 얹을 때 결합 부위가 단단하게 밀착하도록 양쪽으로 홈을 파서 연결했다. 마치 한옥 장부맞춤의 암수 홈처럼 만든 것이다.
“대부분의 통나무집은 통나무를 연결할 때 한쪽에만 홈을 판다고 하더라고요. 통나무를 하나 놓고 그 위에 통나무를 얹을 때 아래쪽 통나무의 곡선에 맞게 위쪽 통나무에 오목한 홈을 파서 끼우는 거죠. 그런데 우리 집은 아래쪽 통나무에도 홈을 파서 홈과 홈이 끼도록 했어요. 통나무 결합 부위가 훨씬 견고하게 밀착되는 효과가 있었죠.”
살다 보면 통나무 사이에 틈이 벌어져서 외풍이 심해진다는 통나무집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무 사이사이에 탄력 좋은 특수 실리콘을 넣었다. 실리콘은 습도와 온도에 따라 나무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때 나무와 같은 수준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때문에 나무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원주택의 가장 큰 숙제라는 난방은 지열을 이용했다. 땅속 150m까지 구멍을 파고 관을 넣어 물을 내려보내면 지열에 의해 물이 데워지는데, 그 물을 이용해 난방을 하는 것이다. 시설비는 비싸지만 연료비를 줄일 수 있어 선택했다.
그렇게 집 전체를 완성하는 데 들어간 통나무가 100여 개. 집짓기를 시작한 지 3개월 하고도 27일 만에 드디어 집이 완성됐다. 정씨가 그렇게 원하던 대로 소나무 숲 속 소나무 집이었다.
가족과, 자연과 함께라서 더 좋은 삶
요즘 정씨는 집 안팎을 정리하고 단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집 앞마당에는 잔디를 깔고, 절벽 쪽에는 조그마한 텃밭을 만들었다. 집을 이룬 통나무는 정씨의 손길을 받아 반질반질 윤이 난다.
“새집에 들어와서 이제 겨우 두 계절을 보냈을 뿐이라 통나무집의 장단점을 다 안다고는 못하겠어요. 특히 올겨울을 지내봐야 알겠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주 만족해요. 통나무 곡선이 만들어내는 멋진 모습도 좋고, 아늑하고 조용한 집터도 마음에 들어요.”
이 집에 사는 것이 이처럼 즐거운 것은 통나무집이 주는 만족감도 있지만, 집이 주는 즐거움을 소중한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절벽 쪽을 향해 넓게 낸 거실에 앉아 손자의 재롱을보는 일은 시간을 잊게 하는 신선놀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항상 바라왔던 것처럼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단다.
“새벽에 일어나 마당에 나가보면 멀리 우뚝 선 울산바위가 보여요. 해가 막 떠오를 즈음이면 붉은 기운이 울산바위 쪽으로 죽 뻗어나가는 것이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쏘는 것 같아 정말 환상적이죠. 좋은 터에, 좋은 집에,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겠어요.”
[사진 설명]
1 정씨 집 현관. 현관 옆으로 불규칙하게 튀어나온 통나무가 운치 있다.
2 현관에서 들여다본 거실. 현관과 거실 입구를 살짝 비틀어지게 배치해 공간이분리된 듯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3 이층에서 본 집. 일층은 통나무를 그대로쌓아 올려 만드는 풀노치 방식으로 지었지만, 이층은 통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구조목으로 마무리하는 포스트앤빔 방식으로 완성했다.
4 이층 구석에 있는 창고 겸 다락방. 문이나 벽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 양쪽으로 트여 있다.
5 일층 계단 아래서 올려다본 통나무집. 삼각형 지붕이 인상적이다.
6 일직선으로 연결된 이층방들. 문을 열어두면 모든 공간이 하나가 된다.
7 부드러운 곡선으로 잘라낸 거실 출입구.
8 거실 밖에 걸린 시계. 갈색톤이 통나무 색깔과 잘 어우러진다.
9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통나무로 만들어서 곡선이 살아있다.
조인스 랜드· 월간 전원속의 내집 (글=이상희, 사진=최수연)
마당으로 면적을 넓히고 층으로 기능을 나눈 집
설계는 건축주의 현재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고 미래를 예상해 평면과 입면, 동선에 담아내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대지조건과 법규, 건축주의 예산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 전문가인 설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홈플랜건축사사무소 이동진•김소연 건축가를 통해 복잡다단한 설계의 숨은 의도를 찾아본다.

건축주의 요구사항
“저희는 두 아이를 둔 젊은 부부로, 평일에는 네 명의 가족이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주말에는 안팎으로 확장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습니다. 양가 부모님과의 왕래도 잦아 주말에는 손주도 볼 겸 종종 와서 머물다 가곤 하시니 이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온 가족이 활동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외부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이들이 동네 친구들과 언제든 방문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었으면 합니다.
일부러 널찍한 필지의 땅을 구매했으니 집의 크기는 조금 줄이더라도 마당을 넉넉하게 구성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이웃들과 친해진 후에는 이곳에서 동네 바비큐 파티를 열어볼 계획입니다.”


건축가의 답변
“요즘 젊은 건축주들로부터 설계 의뢰를 많이 받는 걸 보면, 아파트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위해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특히 한창 왕성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둔 부모의 경우, 더욱 마당 있는 집에 대한 열망이 클 법도 하지요. 쿵쿵거리며 뛰노는 아이들을 집 안에만 가두는 것은 가혹한 일입니다.
건물을 크게 만들지 않더라도 마당을 최대한 확보해 집을 밖으로 확장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 4인 가족인데다가 부모님의 방문이 잦은 점을 고려해 게스트룸도 하나 두었습니다. 또, 가족실과 식당 공간을 분리해 집안에서도 용도에 따라 공간을 구분짓는 방식으로 설계했습니다. 집 안과 밖, 1층과 2층이 기능적으로, 또 동선으로도 구분되는 주택입니다.”

최종 디자인
이 주택은 건축면적을 30평 미만으로 작게 디자인한 대신, 한 층마다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분리해 층마다 기능을 나누어 쓰는 주택이다. 작은 면적에 거실과 주방을 모두 욱여넣기보다는 1층은 주방과 식당, 계단부만을 가족이 함께 쓰는 공간으로 두고, 2층에 가족실 겸 거실을 두어 한적하면서도 다소 프라이빗한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 PLAN- 1F
01 건물의 배치를 반대로 해 오히려 큰 효과를 얻는다
주택을 설계 할때 대지의 사면을 기준으로 외부의 통행량이 많은 곳은 폐쇄적으로 구성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주택은 반대로 외부와 접한 도로면에 프라이빗한 공간인 정원과 마당을 두는 배치를 했다. 이는 이웃이나 아이들의 방문을 적극 환영하겠다는 뜻이며, 건축주 부부의 활발한 성격과 어우러져 이웃과 교류하며 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02 거실이 없는 대신 주방과 식당을 마당으로 확장하다
이 집의 1층에는 거실이 없고 대신 주방이 있다. 그리고 커다란 창을 넘어 외부 데크와 마당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이는 ‘마당이 가족만의 공간이 아닌 아이들의 동네 친구들에게도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맞벌이를 하는 건축주 부부에게 저녁식사 시간은 가족이 한데 모이는 소중한 일상이다.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은 만큼, 거실보다는 주방이 공용공간의 중심인 1층에 위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또한, 마당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날씨 좋은 날은 언제든지 집 앞 데크와 마당이 식사 장소가 될 수 있다. 부부의 침실과 욕실은 1층에 두어 오히려 프라이빗한데, 이는 가족실과 아이들의 침실을 모두 2층으로 올린 덕분에 얻은 의외의 결과이다.
03 구성원들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2층을 구성하다
1층이 밖으로 확장되는 요소들로 동적인 공간이었다면 2층은 가족들이 소소하게 모이고 흩어지는 정적인 공간이다. 침실과 가족실만으로 구성된 2층은 간결하고 개인적인 성향을 보인다. 두 아이의 방과 함께 종종 방문하는 조부모님이 묵을 방도 함께 계획했다.


↑ PLAN-2F

04 층간 단차를 주어 널찍한 공간감을 실현하다
아이들 방은 어른의 방과 단차를 두어 올라간 곳에 위치하는데, 이는 1층의 주방과 식탁 부분을 조금 더 개방감 있게 하기 위해 층고의 변형을 준 탓이다. 아이들을 위해 지붕의 경사면을 이용해 다락공간도 함께 구성했다.

↑ 다락방의 모습

↑ 2층 가족실과 각방으로 향하는 문
취재협조_ 홈플랜건축사사무소
‘집은 다양한 건축주의 이야기를 담는 장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건축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국민대 목조건축전문과정, 우드유니버시티 WBI코스를 수료했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목조건축을 구현하고자 한다. 031-707-5296 www.homeplan.co.kr
출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